현대캐피탈, 1위 탈환 선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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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캐피탈, 1위 탈환 선언

현대캐피탈이 디펜딩 챔피언의 위용을 완벽하게 되찾았다. 1위 대한항공을 상대로 따낸 승리가 아니다. 경기 내용과 맥락, 그리고 시스템 완성도까지. 이 경기는 현대캐피탈이 올 시즌 내내 앓아왔던 구조적 불안을 완전히 지워냈음을 증명하는 ‘선포식’이었다.
현대캐피탈은 4일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25-2026 V리그 남자부 4라운드 4라운드 경기에서 대한항공을 세트 스코어 3-0(25-17, 25-14, 25-18)으로 완파하며 승점 38점에 도달했다. 선두 대한항공(승점 41)과의 간격은 이제 단 3점. 순위표는 더 이상 안정적이지 않다. ‘턱밑 추격’이라는 표현조차 이미 늦었다. 사정권 진입이 아니라, 1위 탈환의 조건이 완성된 시점이다.
대한항공의 위기는 불가피했다. 아웃사이드 히터 라인의 핵심인 정지석과 임재영이 부상으로 이탈하자, 팀은 외국인 선수 러셀을 레프트로, 임동혁을 라이트로 배치하는 비상 체제를 가동했다. 리시브 불안을 공격으로 덮겠다는 승부수였지만, 현대캐피탈은 이 구조의 균열을 서브로 정밀 타격했다. 목적은 명확했고 실행은 잔혹했다. 현대의 서브는 집요하게 러셀을 파고들었고, 리시브 라인이 흔들린 대한항공은 토스와 공격 전개가 모두 붕괴했다. 3세트 동안 단 한 번도 20점 고지를 밟지 못했다는 기록은, 전술 실패가 아니라 구조 붕괴의 증거였다.
현대캐피탈의 변화는 수비에서 시작해 공격으로 완성됐다. 블랑 감독이 설계했던 ‘분업 시스템’은 이제 완전하다. 허수봉이 리시브의 1옵션으로 상대 집중타를 버텨내고, 신호진이 리시브에 가담하며 후방 안정도를 보강한다. 그 덕분에 레오는 사실상 수비 면제권을 부여받았다. 이날 레오가 받은 리시브는 단 3개. 그러나 그 면제권은 공짜가 아니었다. 시스템이 만든 ‘공격 해방’의 결과다.
더 놀라운 건 신호진의 공격 진화다. 그는 수비 보조 옵션에 머물지 않았다. 최근 2경기 연속 공격 성공률 50% 이상, 14득점씩을 기록하며 득점 생산력까지 보장하는 공수 겸장으로 변모했다. 빠른 발을 기반으로 한 백C와 라이트 백어택은 레오에게 몰리던 블로킹 압박을 분산시키는 결정적 전술 자원이 됐다. 수비로 버티고, 공격으로 균열을 넓힌다. 현대의 시스템은 이제 단순한 분업이 아니라, 상대 전술을 해체시키는 전략 플랫폼이다.
바야르사이한의 중앙 복귀도 완벽한 퍼즐 조립의 마지막 조각이었다. 라이트 포지션에서 적응에 어려움을 겪던 그는 미들블로커로 이동하자 본래의 기동력과 타점 경쟁력을 되찾으며 코트 중앙에서 폭발적 영향력을 보여줬다. 블로킹 높이의 감소라는 약점을, 공격 분산과 속공 옵션 강화로 전환시킨 현대캐피탈의 구조 설계는 이제 상대가 ‘알고도 막기 어려운 형태’에 도달했다.
대한항공은 CAS 판결을 기다리는 팀이 아니다. 그러나 현대캐피탈 앞에서만큼은 판결을 기다리는 팀처럼 무력했다. 정지석의 복귀 시점은 여전히 불투명하며, 플레이오프에 맞춰 돌아온다 해도 정상 컨디션을 장담할 수 없다. 반면 현대캐피탈은 흔들리던 1~2라운드의 불안을 지우고, 4라운드에서 가장 강력한 팀 구조와 삼각 화력을 장착한 채 상승 궤도에 올랐다.
3점 차. 그러나 격차의 숫자보다 더 중요한 건 방향과 완성도다. 현대캐피탈의 추격은 더 이상 ‘기세’가 아니라 ‘구조의 힘’이다. 시즌 순위표의 정점이 교체될 조건은 이미 갖춰졌다. 남은 건 실현의 시간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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