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은행의 선택, 의문을 확신으로…박소희가 증명한 반전의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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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은행의 선택, 의문을 확신으로…박소희가 증명한 반전의 2026

지난해 6월, 부천 하나은행이 아시아쿼터 드래프트에서 포워드 이이지마 사키를 지명했을 때 현장의 반응은 한마디로 ‘의아함’이었다. 약점으로 꼽히던 가드 보강 대신 포워드를 택한 결정은 리그 최하위(9승 21패)의 팀 상황과 맞물리며 더욱 낯설게 비쳤다. 그러나 드래프트 3개월 전 부임한 이상범 감독의 시선은 달랐다. 그의 구상 중심엔 이미 ‘해답’이 있었다. 2021년 드래프트 1라운드 전체 2순위로 입단, 프로 5년 차를 맞은 박소희(23)였다.
농구 선수 출신 아버지 박상욱과 오빠 박종하(고양 소노)까지 이어지는 ‘농구 DNA’의 계보를 지닌 박소희는 학창 시절부터 돌파와 경기 조율, 외곽포까지 갖춘 재능으로 청소년 대표와 국가대표에 꾸준히 이름을 올렸다. 신장 178cm의 그는 가드로서 이상적인 신체조건과 함께, 이 감독 부임 이후 한층 단단해진 수비와 체력으로 진가를 증명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지금의 성장엔 고요한 시련의 시간이 있었다. 시즌 전 일본 전지훈련과 8월 박신자컵에서 그는 단 한 차례도 코트를 밟지 못했다. 이 감독은 질책 대신 ‘침묵과 방목’을 택했다. 박소희는 “혼을 내지도, 이유를 말하지도 않는 침묵이 오히려 더 힘들었다”고 털어놓으며 당시 체육관 근처 자신만의 비밀 장소에서 음악으로 스트레스를 달랬던 시간을 회상했다.
그러나 그 침묵은 무관심이 아닌 ‘기대의 다른 표현’이었다. 비시즌 동안 수비와 체력 훈련에 몰두한 그는 이번 시즌 13경기 전 경기 출전, 평균 11득점(리그 11위)으로 팀 내 득점 3위, 경기당 3.23도움(리그 7위)으로 팀 내 1위에 올랐다. 3점슛도 경기당 1.54개로 리그 7위에 랭크되며 ‘공격형 가드’에서 ‘공수 균형 가드’로 한 단계 진화했다.
팀 성적도 그와 궤를 함께한다. 하나은행은 박소희와 이이지마의 견인 아래 10승 3패(승률 0.769)로 리그 단독 1위를 질주 중이다. 득점이 터지는 날이면 승리가, 막히는 날이면 패배가 뒤따랐다. 지난달 20일 KB전에서 그가 무득점에 묶였던 날 팀은 대패했지만, 8일과 21일 경기에서 20득점을 폭발시키며 신한은행과 우리은행을 상대로 승리를 이끌었다. ‘영웅의 날’과 ‘팀의 날’이 일치한 순간이었다.
카페 투어와 자전거로 균형을 잡는 그의 루틴도 눈에 띈다. 인천 청라 숙소 근처에서 자전거를 타고 카페를 다니며 리듬을 관리하는 그는 “감독님이 말이 없던 시간은 결국 저를 깨우기 위한 방식이었다. 이제는 먼저 장난도 걸어주실 정도로 소통이 많다”며 “자만하지 않고 더 부딪치며 증명하겠다”고 다짐했다.
하나은행의 선택은 이제 ‘뜨악함’이 아닌 ‘확신의 시작’으로 기억된다. 박소희는 그 의문을 실력으로 잠재우며 2026시즌을 ‘증명의 해’로 만들고 있다. 아시안게임 대표 선발 가능성에 대한 질문에도 “지금은 시즌뿐이지만, 불러주시면 감사한 일”이라며 담담하게 중심을 지킨다. 결국, 그가 보여준 건 반전의 득점표가 아닌 ‘책임감의 성장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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